산쟁이 임부영 씨의 경우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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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 16일 한라산 서북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부터 나, 애월에 사는 강석진 씨 그리고 대구에 사는 임부영 씨다. 

산쟁이 임부영 씨는 얼마 전 결혼해서 대구에서 살고 있었는데 신천동에서 숯불갈비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산에 오고 싶어서 각시한테는 외상값 받으러 부산에 간다고 하고는 한라산에 왔다고 했다. 

집에는 언제 갈거냐고 했더니 대답을 않고 웃기만 했다.

내가 이래서 산쟁이한테는 딸을 주면 안 된다고 했더니 그래도 집에 가긴 가야죠 했다. 


1주일 후인 1월 23일 임부영 씨를 한라산에서 다시 만났다. 아직도 집에 가지 않고 산에서 살고 있었다. 

함께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는 하산 후 우리 집에 와서 내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하룻 밤을 자고 그제서야 

각시가 있는 대구로 돌아갔다. 

헤어질 때 다시는 산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대답을 하지 않았다.


4년 후인 1998년 5월 20일 임부영 씨를 다시 한라산에서 만났다. 

중형 카메라인 PENTAX67을 갖고 있길래 웬일이냐고 했더니 이젠 산행이 아니라 산사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각시가 허락하더냐고 했더니 헤어졌다고 했다....

안타까웠다. 

산사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앞으로 산사진해서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1년 후인 1999년 6월 8일 그를 한라산에서 다시 만난 후 지금껏 보지 못했다. 

산을 좋아해 산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임부영 씨, 그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는 것도 좀 넉넉하고 좋아하는 산에도 자주 가고 산사진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