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201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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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삼척공업고등전문학교 4학년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 학교 교문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남산절단공사 현장에 근무하던 내 바로 위의 형님이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이 사진을 찍어줬다. 

좌로부터 김형화 남상호 그리고 나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맨 왼쪽 형화의 윗도리에 눈길이 간다. 

키는 우리 셋 중 제일 큰데도 옷이 작아 소매는 손목과 팔굼치 사이까지 올라갔고 윗도리 아래 단은 거의 허리까지 올라가 있다. 

아마 4년 전 입학할 때 입었던 교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새 같으면 이런 옷을 입고 죽어도 밖에 나갈 수 없겠지만 그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팔이 들어가고 몸이 들어가면 입는 게 옷이었다.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다.


나는 두 친구와 달리 워낙  "모범생"이어서 교복에 하얀 명찰까지 달았다. 

이 사진을 찍고는 삼척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 제목 '안개 낀 항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오더니 명찰을 뜯어가 버렸다. 

교외지도교사였다. 

영화 '안개 낀 항구'는 '학생입장불가'였다.

요즘으로 치자면 정말 별 것도 아닌 순한 영화지만 그때 기준으로는 학생은 절대 봐선 안 되는 폭력이 있는 영화였다.

다음 날 교무실에 불려가서 혼쭐이 났다. 

그 후 난 교복에 명찰을 달지 않았고 모범생 흉내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