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어느 사진하는 분이 찾아와서 몇 시간 동안 사진 이야길 나누었다.
내가 하듯이 '평생' 한라산을 찍고 싶다면서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올해 나이 45살이라고 했다.
주로 어디서 찍느냐고 했더니 대개 영실코스로 오르면서, 또 겨울엔 어리목코스로 오르면서
선작지왓에서 주로 찍는다고 했다.
한라산 정상까지 몇 번 올라가 봤느냐니까 몇 년 전 봄에 한 번 올라가 봤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몇 살 때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으냐니까 50살 때까지 앞으로 5년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조언'이라는 걸 해줬다.
정말 그렇다면 정말 평생 한라산을 찍고 싶다면 앞으로 5년간 다른 데서 찍지 말고 정상에서만
찍으라고 했다. 정상에서 보는 백록담이나 서귀포해안선이나 장구목이나 탐라계곡도 좋다고 했다.
무조건 정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렇게 정상에서 찍다가 그분의 말대로 50살이 되어 힘이 빠지면 그때는 남벽코스나 선작지왓이나
영실 등에서 찍고 거기서도 힘들게 되면 그때는 할 수 없이 차를 몰고 제주도를 빙빙 돌면서 한라산
원경을 찍으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색이 한라산을 찍겠다면서 아직 나이가 젊은 분이 늘 영실이나 선작지왓에서 젊은 세월을 다 보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할 것인가.
한라산이 나이 들어도 아무 때나 정상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아니지 않은가.
금년에만 두 번에 걸쳐 쿰부 히말라야와 안나푸르나를 다녀왔지만 높이 2,000미터도 안 되는 한라산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나이 들어 그때서야 '좀 더 젊었을 때 정상에 한 번이라도 더 오를 걸...'
해봐야 그때는 이미 늦는 일이 아닌가.
내게 한라산 찍은 이야길 해달라고 하길래 39살에 제주에 와서 한라산을 촬영하던 이야길 해줬다.
혹여 나이 좀 더 든 내가 하는 말이 '나 왕년에 말이야...'하는 식으로 들리지 않도록 700쪽이나
되는 산행일기와 사진을 함께 보여주며 그 분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이 되도록 애썼다.
서북벽코스와 남벽코스를 통해 정상에 오르내리던 그때 산에 가면 당연히 정상에 올랐고 정상에
오른 후에 어디로 갈 것인지 판단하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그리로 가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한 것 역시 내 스스로 만든 한라산 촬영계획에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고뱅이 피 마르기 전에 최악의 촬영조건에서 찍는다'는 게 내가 세운 계획이었다.
일가친척은커녕 동창생이나 직장의 입사동기 하나 없는 제주도에 아내와 어린 두 자식을 데리고
한라산을 사진 찍겠다고 들어올 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분이 상상이라도 하길 바랐다.
영실이나 산작지왓에 소풍 가듯이 가서 사진 찍겠다고 제주도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랐다.
그래서 그렇게 한 걸 지금 만족하냐고 물으면 사진촬영한 결과엔 만족하지 않지만 촬영과정에 대해선
나름대로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 그렇게 악착같이 정상에 오르며 촬영하지 않았으면 그 후 서북벽코스가 차단되고 이어서
남벽코스까지 차단되는 걸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싶다. 그래서 처음 내가 그렇게 계획하고
그렇게 계획대로 정상에 오르며 촬영한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 지금은 성판악이나 관음사코스 외엔 정상에 오를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데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느냐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주어진 환경이 그 길 밖에 없다면 그 길로 가는 수밖에
무슨 다른 도리가 있을까. 성판악으로 정상에 오르는 9.6km의 길이 멀고 가는 도중에 촬영할 게
없어서 지루하고 힘들긴 해도 그 길 외에 없는 걸 어쩔 것인가. 그렇다고 '평생' 한라산을 찍겠다는
사람이 정상은 빼고 찍어서는 '이게 한라산이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답은 전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것이다.
그 분이 앞으로 어떻게 사진을 찍을 것인지 벌써 궁금해지는 오늘 오후다.
2011.12.22
오늘 낮 어느 사진하는 분이 찾아와서 몇 시간 동안 사진 이야길 나누었다.
내가 하듯이 '평생' 한라산을 찍고 싶다면서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올해 나이 45살이라고 했다.
주로 어디서 찍느냐고 했더니 대개 영실코스로 오르면서, 또 겨울엔 어리목코스로 오르면서
선작지왓에서 주로 찍는다고 했다.
한라산 정상까지 몇 번 올라가 봤느냐니까 몇 년 전 봄에 한 번 올라가 봤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몇 살 때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으냐니까 50살 때까지 앞으로 5년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조언'이라는 걸 해줬다.
정말 그렇다면 정말 평생 한라산을 찍고 싶다면 앞으로 5년간 다른 데서 찍지 말고 정상에서만
찍으라고 했다. 정상에서 보는 백록담이나 서귀포해안선이나 장구목이나 탐라계곡도 좋다고 했다.
무조건 정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렇게 정상에서 찍다가 그분의 말대로 50살이 되어 힘이 빠지면 그때는 남벽코스나 선작지왓이나
영실 등에서 찍고 거기서도 힘들게 되면 그때는 할 수 없이 차를 몰고 제주도를 빙빙 돌면서 한라산
원경을 찍으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색이 한라산을 찍겠다면서 아직 나이가 젊은 분이 늘 영실이나 선작지왓에서 젊은 세월을 다 보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할 것인가.
한라산이 나이 들어도 아무 때나 정상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아니지 않은가.
금년에만 두 번에 걸쳐 쿰부 히말라야와 안나푸르나를 다녀왔지만 높이 2,000미터도 안 되는 한라산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나이 들어 그때서야 '좀 더 젊었을 때 정상에 한 번이라도 더 오를 걸...'
해봐야 그때는 이미 늦는 일이 아닌가.
내게 한라산 찍은 이야길 해달라고 하길래 39살에 제주에 와서 한라산을 촬영하던 이야길 해줬다.
혹여 나이 좀 더 든 내가 하는 말이 '나 왕년에 말이야...'하는 식으로 들리지 않도록 700쪽이나
되는 산행일기와 사진을 함께 보여주며 그 분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이 되도록 애썼다.
서북벽코스와 남벽코스를 통해 정상에 오르내리던 그때 산에 가면 당연히 정상에 올랐고 정상에
오른 후에 어디로 갈 것인지 판단하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그리로 가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한 것 역시 내 스스로 만든 한라산 촬영계획에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고뱅이 피 마르기 전에 최악의 촬영조건에서 찍는다'는 게 내가 세운 계획이었다.
일가친척은커녕 동창생이나 직장의 입사동기 하나 없는 제주도에 아내와 어린 두 자식을 데리고
한라산을 사진 찍겠다고 들어올 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분이 상상이라도 하길 바랐다.
영실이나 산작지왓에 소풍 가듯이 가서 사진 찍겠다고 제주도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해 주길
바랐다.
그래서 그렇게 한 걸 지금 만족하냐고 물으면 사진촬영한 결과엔 만족하지 않지만 촬영과정에 대해선
나름대로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 그렇게 악착같이 정상에 오르며 촬영하지 않았으면 그 후 서북벽코스가 차단되고 이어서
남벽코스까지 차단되는 걸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싶다. 그래서 처음 내가 그렇게 계획하고
그렇게 계획대로 정상에 오르며 촬영한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 지금은 성판악이나 관음사코스 외엔 정상에 오를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데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느냐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주어진 환경이 그 길 밖에 없다면 그 길로 가는 수밖에
무슨 다른 도리가 있을까. 성판악으로 정상에 오르는 9.6km의 길이 멀고 가는 도중에 촬영할 게
없어서 지루하고 힘들긴 해도 그 길 외에 없는 걸 어쩔 것인가. 그렇다고 '평생' 한라산을 찍겠다는
사람이 정상은 빼고 찍어서는 '이게 한라산이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답은 전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것이다.
그 분이 앞으로 어떻게 사진을 찍을 것인지 벌써 궁금해지는 오늘 오후다.
201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