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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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지난 1960년대 5년간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친구와 헤어진 건 1968년 졸업 이후니까 40년 만에 만난 거지요.
40년이 지났는데도 친구는 많이 변하지 않았는데 저보고는 많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하긴 53Kg 약골이 69Kg으로 되었으니 우선 외형적인 모양새부터 많이 변한 거겠지요.

봄철이면 절량가구(양식이 떨어진 가구를 말합니다)와 여기저기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할 때 우리 반 40명 중에도 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친구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만난 친구는 집에 산판용 '도라꾸 truk'까지 있는 부자였고 이 친구는 우리 반
전체에서 유일하게 손목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계는 이 친구의 손목에 보다 학교 앞 빵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반에서 짝수 홀수 혹은 통학생과 비통학생간의 축구시합을 자주 했는데 시합에 진
편이 빵을 사기로 했지만 돈이 없는 녀석들은 툭하면 이 친구의 시계를 빵집에 잡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가 속한 편이 이기건 지건 시계는 빵집에 잡혔습니다.
그렇게 잡힌 시계는 친구들이 돈을 걷어 찾아줘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건 늘
'원칙'에 그치고 얼마 시간이 지나면 친구가 빵값을 갚고 시계를 찾았습니다.

그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입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 셋과 함께 모두 다섯이서 9박 10일간 궁촌이라는 해변에서 캠핑을
하기도 했던 친구입니다.

어제 우리 집에서 제가 스캔해서 편집해 놓은 슬라이드쇼를 보다가 지난 날
학창시절의 사진들을 보고는 이 친구가 깜짝 놀랐습니다.
1963년 1학년 때 봄소풍을 갔던 추암에서의 사진, 경포대에서의 반 전체의 사진 등을
정지시켜 놓고는 그 동안의 일들에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 친구는 지금 어디 살면서 뭘 하고 저 친구는 뭘 하고 지낸다면서 지난 40년~45년 전
사이의 일들을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넌 어떻게 이런 사진들을 이렇게 잘 보관하고 있느냐고도 했습니다.

참, 우리 친구들에게도 정말 교통사고가 많았더군요.
강릉에 사는 친구는 큰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하고는 얼굴 모양까지 바뀌었고
다른 친구는 실명을 했다가 지금 겨우 회복되고 있다는데 어제의 이 친구는 무려
다섯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 중 두 번은 자신이 사고를 냈고 세 번은
모두 추돌 당했다고 하는데 그 일로 금년 2월엔 목디스크를 다쳐 목 아래의 전신이
완전 마비되어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 촬영장비가 든 배낭을 들어보고 만져보기도 하고 바인더북에 철해져 있는
산행일기의 일부를 읽어보기도 하면서 도무지 약골이던 옛날의 저를 상상할 수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1988년 담배를 끊어서일까요.
산에 많이 다녀서일까요.
아니면 근사한 일들이 많이 생겨서일까요.

이렇게 친구를 만나고 싶습니다.
평소 아무 소식도 없다가 죽어서 빈소에서야 만나는 친구라면 친구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가끔이라도 소식을 주고 받고 막걸리잔이라도 나누어야 친구입니다.
학교를 같이 다녔다해도 서로 소식을 모르고 살면 그냥 아는 사람이고 동기이지 친구는
아닙니다.


이 친구가 지난 2월 교통사고로 거의 죽었다 살았는데 병문안 온 친구 녀석들이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 먼저 가서 자리 좀 잡아놓지 왜 도로 왔냐~!
* 난 영안실에서 고스톱 치면 꼭 돈을 따는데.....
* 난 향내가 늘 좋더라...

정말 나쁜 녀석들이죠?

어제 아래의 사진 찍으면서 제가 그랬습니다.

* 이렇게 좋은 카메라로 영정사진 찍힌 친구놈은 너 밖에 없어, 임마!!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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