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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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보통 운동하는 사람들이 쓰는 수건인데 난 배낭에 넣어두고 산행을 할 때 땀을 닦거나 비상시엔 목도리로

사용하기도 한다.

수건의 자수글자에 '2005. 9. 23'이라고 써 있는데 그날은 오늘부터 꼭 5년 전 내가 38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임식을

했던 날이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사진에 열정을 쏟고 계시는 김 모 사장님이 내 정년퇴임을 축하하는 뜻에서

만들어 보내셨는데 다음에 알고보니 그때 김 사장님은 오랜 병환 중의 장모님이 돌아가셔서 장례 준비로 무척 바쁠 때

였다고 하는데 그 경황 중에도 이런 선물을 보내신 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김 사장님은 내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촬영용 배낭을 만들어주시고 또 6*12 파노라마 카메라까지 만들어 주시기까지 해서 그 고마움을 오래토록 

잊지 않을 것이다.


퇴임식 날 추억만들기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 말 그대로 전국적으로 찾아와서 직장에서의 내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축하해 주셨고 난 그 분들에게 이 수건 하나씩을 드렸다.

그리고 내 형제들을 통해 이 수건은 삼척의 어머니께도 전해졌다.


43년 전인 1967년 11월, 내 첫 직장의 입사시험에 합격해서 입사를 하게 되었지만 워낙 가난하게 살았고 또 삼척이

객지인 우리에겐 직장에서 요구하는 재산 보증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재산세 1,500원 이상을 내는 두 사람의 보증이

필요했는데 그 막막한 시절에 우리 앞집에서 브록크 공장을 하시던 박수암 어르신과 삼척극장 부근에서 한성철공소라는

조그만 철공소를 하시던 분(죄송스럽게도 성함은 잊었다)이 보증을 해 주셔서 난 무난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수가

있었다.


이 수건을 전해 받은 어머니는 38년 전 내 재산보증을 해주셨던 두 분 중 아직 우리 동네에 살고 계시는 가족을 찾아가

그때 이 집의 돌아가신 어른이 보증을 해주셔서 우리 아들이 직장에 무사히 입사할 수 있었고 이제 그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다가 퇴임했다시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이 수건을 드렸는데 38년 전의 일을 잊지 않고 찾아오신 당시 91세의

어머니를 보고 그 집 아들 내외를 비롯한 가족들이 너무나 놀라더라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어머니는 원래 그러시는 것이다.

당사자인 자식은 오래 전에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도 당신은 그 자식을 보증해주신 분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찾아가 자식

대신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원래 그러시는 것이다.


2010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