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어떻게 찍느냐고...?

2019-03-18 15:14
조회수 59


가끔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고 어떻게 찍으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있다.
그런 질문에 먼저 결론적인 답변을 하자면 '그걸 알면 나도 벌써 사진작가가 되었을 것이다'이다. 물론 질문의 뜻을 몰라서 그런
답변을 하는 건 아니고 나 역시 아직은 헤매고 있는 중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식의 사진촬영 과정을
말씀드리기도 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사진은 머리와 손으로 찍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찍는다'는 감성적인 면을 벗어나 손과 머리로 하는 단순한
기술적인 이야기임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내가 하는 식은 이렇다.
먼저 뭘 찍을 것인지를 정한다. 예를 들자면 한라산, 선작지왓에서, 만개한 철쭉꽃을, 해뜰 무렵부터 10시쯤까지...
등등이다. 그리고 나서는 카메라와 렌즈를 배낭에 챙겨 넣는다. 선작지왓에서 광각렌즈를 쓸 거라고 꼭 광각렌즈만 챙기지는
않는다. 도라지 캐러 갔다가 산삼을 캐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가선 의도적으로 어떤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렌즈를 반드시 챙긴다는 뜻이다.

선작지왓에 가보니 여기저기 철쭉이 꽃밭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구도를 잡기 위해 발품을 좀 더 팔며 기웃거리고
마침내 근사한 데를 만나면 거기에 삼각대를 세운다. 삼각대를 높일 것인지 낮출 것인지는 전적으로 어떤 구도로 촬영할
것인 지에 따른다. 이게 뭔 말인가 하면 구도에 따라 삼각대를 세우는 게 아니라 삼각대를 적당히 세워놓고 삼각대 높이에
따라 구도를 잡지는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제 구도를 잡고 초점을 맞추고 심도를 정하고 노출을 맞춘 후 셔터를 끊으면 된다.
사진하면서 평생 궁리해야할 게 구도라는 생각이다. 기껏 찍어가지고 와서도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게 구도였기 때문이다. 산정에서
갑자기 나타난 멋진 풍경을 만나면 어떻게(어떤 구도로) 찍을 것인가 때문에 당황하기도 할 정도다.
심도도 만만하질 않다. 팬포커스로 찍는다고 '넉넉하게' 조리개를 조이다보면 대개는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심도를 다르게
하면서 몇 컷을 찍는 버릇도 생겼다. 물론 그것도 그렇게 할만한 상황일 때에나 가능하지만.

초점은 어디에 어떻게 맞추느냐고...?
'초점을 맞춘 부분이 그 사진의 주제'라는 말이 있다. 나도 이 말이 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얼추 그렇다고 공감을 한다. 다만 철쭉
찍으러 선작지왓에 가서(그러니 주제가 한라산이 아니라 철쭉이다) 철쭉이 아닌 화구벽에 초점을 맞춰 사진 찍는 건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주제가 정해졌고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가는 가끔 말처럼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심도와 함께 생각해야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주제가 카메라에서 얼마나 가까운 지 먼 지에 따라, 그리고 조리개를
어느 수치로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한 무더기의 철쭉 중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렌즈에 심도계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되는데 예전의 필름카메라용 렌즈와 달리 요즘의 디지털 카메라용 렌즈엔 심도계가

없어 고민이 많아진다. 

초점을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가와 노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촬영메모' 어딘가에 썼으니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그래도 한 번 더 강조한다면 노출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화질의 좋고 나쁨은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 노출에 달려있는 것이고 어떤 경우라도 적정한 노출을 할 자신이 없다면 평소 유사상태에서 노출실험을 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노출한 사진이 최상의 화질이 되는지 말이다.


2011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