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선택하기

2019-03-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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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있었던 두 차례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촬영장비 몇 가지를 교체하기도 하고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우선 카메라를 1Ds Mark lll에서 더 작고 가벼운 5D mark ll로 교체했고 렌즈도 무거운 24-70mm를 가볍고 줌 범위가 더 큰

24-105mm로 바꾸었다. 그리고 70-200mm를 새로 구입했다. 즐겨 쓰는 단초점 렌즈 몇 개를 다 가져갈 수도 없고 아무래도

걸으며 사진을 촬영하려면 사용의 편리성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산 70-200mm 렌즈에 대해 몇몇 분이 왜 F2.8을 사지 않고 F4를 샀느냐고 했다. 히말라야 다녀온 후에도 계속

사용할 렌즈라면 아무래도 F4보다는 F2.8을 사는 게 좋을텐데 하기도 했다.

나도 렌즈 하나 살 때 심사숙고를 해서 산다. 덜컥 사놓고 나서 별로 쓸모가 없어서도 안 되고 사용에 불편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더 밝은 렌즈를 사용하면 좋은 점이 많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출 때도 더 밝으니 좋고, 노출조건이 열악한 경우에도

ISO 감도를 덜 높여도 되고, 조리개 완전개방시 배경을 더 흐리게 할 수도 있고 셔터속도가 더 빨라지니 카메라 흔들림이

적어져서 또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촬영해 온 풍경사진에서 위의 장점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단점이 더 많기 때문에 F4를 산 것이다.


먼저 F4는 F2.8에 비해 가볍다. 하루에 8시간에서 12시간 이상 고지대를 걷는 트레킹에서 몸에 휴대할 건 가벼울수록 좋다.

그리고 트레킹에서 돌아와서도 한라산을 오르내리는 산행촬영을 계속하려면 장비가 가벼워야 한다.

두 렌즈의 무게를 비교해 보면 1.5kg인 F2.8에 비해 F4는 절반 밖에 안 되는 760g에 불과하다. 무게만 그런 게 아니고 부피도

당연히 훨씬 적다. F4는 허리에 착용해 카메라를 넣는 벨트팩의 옆 주머니에 들어가지만 F2.8을 커서 넣을 수가 없다. 렌즈를

교환하기 위해 배낭을 내려야 하느냐 마느냐는 걸으며 촬영해야 하는 경우 피로도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고 귀찮아서 렌즈를

교환하지 않고 대강 촬영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F4는 값도 싸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는데도 '그렇더라도 F2.8을 사야지...'하는 사람에겐 사실 더 해줄 말이 없다. 

제주에서 사진을 하다 보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촬영 포인트를 잘 모르는 육지에서 온 분들과

동행출사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6월부터 8월까지 많은 분들을 만났다. 혼자 오신 분도 있고 서넛이 함께 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몸집이 작은 여자들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70-200mm 렌즈는 크고 무거운 F2.8이어서 내가 물어봤다. 이 렌즈를 사고

나서 조리개를 2.8로 다 열어서 몇 번이나 촬영했느냐고 했더니 '한결같이' 그런 적은 없다고 한다. 하하하 ~~~

그분들은 도리어 작고 가벼운 내 F4 렌즈를 신기한 듯 손으로 들어보기도 했다.


무조건 F4를 사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진용도에 맞는 렌즈를 사라는 이야기다.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사람은 그리고 좀 더

빠른 셔터속도가 필요한 사람은 당연히 더 밝은 렌즈가 필요하겠지만 휴대하고 장시간 많이 걸어야하는 등 체력을 감안해야 하는

사진인에겐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장비는 피하라는 이야기다. 모르면 비싼 걸 사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이 다 맞지는 않다.

내가 오래 사용했던 617파노라마 카메라의 렌즈는 F8이었다.


2012년 5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