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와 대가

2019-03-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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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부산의 어느 사진가가 이런 말을 했다. 사진을 하면서 대가 원로 이런 말이 귀에 달콤하게 들리면

사진가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다.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런 말에 부담감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진짜 대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주위엔 여러 방면에서-문학 음악 미술 서예 사진 등등- 대가와 원로가 있다. 모두 그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그 결과 자연스럽게 그런 호칭을 듣는 사람도 있지만 왜 그런 호칭이 붙었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전문사진가이며 세계적인 사진교육자라는 브라이언 피터슨이 쓴 ‘노출의 모든 것’내용 중 48~49쪽을 보면

f8로 찍으나 f22로 찍으나 화질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심도와 선예도를 저울질하고 타협하는 사진가들의

고민을 알기나 하고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그가 예로 든 조리개 f8, f22 두 장의 사진은

이런 문제를 다룰 만한 사진이 아니어서 설득력조차 없다. 두 사진은 모두 초점이 맞지 않은 희미한 사진이어서

조리개 개도에 따른 선예도의 차이를 비교할 수가 없어 좀 더 정확하게 촬영한 사진으로 예를 들어야 했고 200%로

확대한 사진이 아닌 100% 확대한 사진을 크롭해서 제시했어야 했다. 중요한 논리의 예로 드는 사진으로는

너무나 무성의하다 할 수 밖에 없다.

또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진판매업체에서 ‘f22로 촬영한 사진은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라고

말하지 않았으므로 최소 조리개에 의한 빛의 회절현상에 따라 선예도와 콘트라스트가 손상되는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너무나 비논리적인 말이다. 그가 최소한 ‘세계적인 사진교육자’라면 이런 식으로

말하고 제자들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가 그나마 그런 말이라도 자신 있게 하려면 최소한 정밀하게 f22와 f8로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을 크롭해서 

사진판매업체에 보여주고 둘 중 어떤 사진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어보기라도 했어야 한다.


그보다는 브루스 반바움이 The Art of Photography에서 말한 ‘최소조리개 설정에서 피사계 심도는 증가하지만

실제로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모든 것이 ‘거의 선명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선명하지 않은’ 사진이 만들어 진다‘는 말이 정확하다 하겠다.


남을 가르친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혹여 잘못 가르쳐서 자신의 말을 금과옥조로 믿고 따르는 사람을 망치게

하진 않는지 배우는 사람보다 더 긴장하고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대가이고 싶으면 그리고 원로이고 싶으면 더

그래야 한다.


2018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