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사진

2019-03-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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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달력제작을 한다는 서울의 어느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 사진을 좀 보고 싶단다. 

나를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금년도 한국은행제주본부의 달력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12장짜리 탁상용 달력에 

있는 내 프로필을 보고 연락처를 알았고 거기에 있는 홈페이지 주소에 들어가서 사진을 봤는데 원본사진을 보고 

싶단다. 

그 후 몇 번인가 전화를 주고받다가 어느 날 제주의 우리 집에 직접 찾아왔다. 혼자서가 아니라 부인과 또 직접 

실무를 담당한다는 따님까지 세 식구가 함께 내려왔다. 

그동안 전화를 주고받던 대표이사라는 그분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목소리부터 짱짱했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내가 편집한 ‘아름다운 제주-한라산’ 슬라이드쇼를 보기도 하고 작업실에 들어가서 원본사진을 여러 컷 

보기도 했다.


달력제작만 50년 가까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사진가를 알고 있고 누가 어떤 사진을 찍는지도 거의

알고 있는데 내게서는 처음 보는 한라산 사진이 많아서 놀랐다는 손님으로서의 덕담도 했다. 

내가 물었다.

“혹여 사진가의 작품에 대해 달력사진이라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아다마다요. 화가의 그림을 보고 이발소그림이라고 하는 것과 같지요.”

그러면서 사진에 대해 하는 말이 달력사진을 우습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달력사진만큼만 찍어도 그 사람은

사진 잘 찍는 사람이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산봉우리 아래로 운해가 스쳐갈 때 셔터를 누르면 작품사진이 되고

운해가 흘러간 후 셔터를 누르면 달력사진이 된다고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하면서 2018년도 달력 카탈로그를

한 권 주면서 보라고 한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는 물론 영국의 타워브리지에서 미국의 브라이스캐년까지 한 마디로 세계 곳곳의 사진이

다 모여 있었다. 내가 하는 방식과는 다른 사진도 있고 나도 이런 사진 한 번 찍어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할 정도로

탐나는 사진도 있다.


그분의 별도 요청대로 ‘오리지널 달력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카메라 들고 나가진 않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사진이 그리고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는 구분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사진이 어떤 사진이건 맨 처음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마음에 드는 프레임대로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고 현상탱크

흔들어 필름을 현상하고 밤 세우며 암실에서 시큼한 ‘산성경막정착제’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 하던 마음으로 사진을 

하려고 한다.


2018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