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진파일-1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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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4개월 전부터 이제까지 촬영한 사진을 작업하고 있다. 벌써 28개월째의 작업이다. 그동안 필름사진과 디지털사진의 원본작업은 물론

 4K급 슬라이드쇼 편집까지 다 마치고 동영상은 일부 편집까지 마치고 또 진행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 홈페이지가 들어있는 서버의 해킹으로 홈이 무너지고 난리가 났을 때 서버 복구가 자꾸 늦어져 새로운 홈페이지 구축에

 나섰는데 웬일인지 필름사진의 원본(작업한 원본사진)이 사라지고 없다. 그동안 작업한 원본사진은 두 개의 외장하드에 저장해뒀는데 

두 개의 하드 모두에도 없다. 우선 홈페이지는 슬라이드쇼 편집용인 3840사진을 리사이즈해서 올렸는데 8,000컷이 넘는 사진을 만들어 

올리는데도 꼬박 20여 일이 걸렸다. 그리고는 사라진 원본크기 사진을 찾으려고 두 개의 하드 중 하나를 작업실에서 복구 프로그램을 

돌렸는데 나타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준이가 서울의 복구업체에 가져가서 복구를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웬일일까... 왜 두 개의 하드

 모두에서 복구되지 않을까.


작업한 원본크기 사진을 찾을 수 없으니 방법은 다시 작업하는 수밖에 없다. 최대 가로 21,000픽셀(617포맷)의 원본크기의 사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수정하지 않은 원본과 3840의 사진만 있어도 전혀 불편이 없지만 내가 세상을 뜬 후에 다른 사람이나 내 아이들이 큰 

사진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수정하지 않은 원본파일을 꺼내 색감과 명암과 톤과 콘트라스트 등을 ‘내 사진의 느낌’대로 만들기는 불가능하

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사진은 반드시 내가 직접 작업해서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

여하튼 7개월간 작업한 필름사진 원본은 사라졌다. 한동안 맥이 빠져서 아무 일도 못하다가 그래도 결국엔 다시 작업실에 앉았다. 두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DVD에 저장한 원본파일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처음 필름에서 스캔한 파일 하나

를 포토샵에 띄웠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다시 시작해보니 어쩐 일인지 조금도 짜증스럽거나 지루하지 않다. 다행한 일이다. 프로그램의 새로운 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색감을 찾아 느낌이 더 나은 사진을 만들고 예전작업 때 ‘파치’로 취급해 버려뒀던 사진을 보기 좋은 사진으로 만들어냈을 땐 이래

서 작업을 다시 하도록 신령님께서 지난 번 작업한 원본파일을 사라지게 하신 거구나 싶기도 하다. 특히 마음에 드는 사진인데도 마음에 

드는 색감을 찾지 못해 늘 찜찜했던 사진을 완전한 느낌의 사진으로 만들어냈을 땐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은 기분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아침을 먹고 작업실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모니터에 뜬 30년 전의 일출봉사진을 본다. 니니로쏘(Nini Rosso)의 트럼펫연주로

 Dreaming of Home and Mother를 들으면서...


https://youtu.be/l6AQAmO1TIs?list=RDl6AQAmO1T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