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의 사진 촬영

2019-03-18
조회수 847

하늘에서의 사진 촬영은 새로운 느낌이다. 헬기나 소형비행기를 전세 내면 좋겠지만 부자가 아니라면
쉽지 않으니 여기선 어쩌다 일반 여객기를 타고 여행을 할 때 촬영하는 이야길 하려고 한다.


1. 좌석
먼저 자리가 당연히 창가여야 한다. 복도쪽 자리에선 밖을 못 보니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는 '날개 없는 창가'다. 그리고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날개의 앞쪽 창가자리가 명당이다.
비행기의 가스터빈엔진은 뒷쪽으로 고온의 가스를 배출하는데 날개의 뒷쪽에선 그 고온가스의 영향으로
지상의 물체가 어리어리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 여행할 일이 있으면 좌석배정에 많는 신경을 쓴다. 내가 좋아하는 좌석이 나지 않으면
시간을 바꾸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좌석을 배정 받으면 그런 점이 좋다.


2. 촬영렌즈
비행기 객실에서 밖을 보려면 두 개의 이중창과 밀도가 다른 세 개의 공기층을 통해서 보게 되어 선명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구나 이중창도 직각으로 보는 경우보다도 비스듬히 보는 경우가 많게 되므로 선명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선명도 좋은 렌즈를 사용하는 게 좋다.
그래서 좀 불편해도 일부러 단초점렌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24mm, 50mm, 85mm 등이다.


3.채광
어느 빛을 이용하느냐인데 비행기 타고 가면서 그걸 어떻게 하나...가 아니라 미리 자신이 원하는 빛을 택해
좌석을 결정해야 한다. (역시 명당자리가 사진을 좌우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 아침 비행기로 서울에 간다면 비행기의 A열 좌석에서는 순광의 풍경을 보게 되고 F열은
역광의 풍경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좌석을 정할 때 미리 그런 점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운이 좋을 때는
텅 빈 비행기를 타게 되어 좌석의 좌우를 맘대로 다니며 촬영하기도 하지만.


4. 노출
한 컷 찍어보면 되는 것이지만 셔터속도와 조리개 선정엔 생각할 점이 있다.
우선 조리개 선정-하늘의 구름이건 지상의 풍경이건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걸 촬영하게 되니 심도는 거의
무시해도 된다.
문제는 셔터속도다. 평소 풍경사진 찍는 식으로 삼각대 펼치고 미러업하고 셔터릴리즈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더구나 비행기는 자주 흔들리며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한 한 빠른 셔터를 끊는 게 좋다.


5. 보안
특히 공군비행장을 사용하는 공항에서 이착륙시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 같은 세상에
이것도 웃기는 이야기지만 규정은 규정이니 지켜야 한다)
예전엔 비행기에선 무조건 촬영을 못하게 했으니 이나마 많이 좋아진 셈이다.


6. 운
사진에서 운이 얼마나 큰 지는 모두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많은 경험과 좋은 사진을 얻겠다는 열정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요인이지만 때로는 운이 그런 인간사를 뛰어 넘기도 한다.
새벽 같이 부지런히 산에 올라간 사람은 아무 것도 못 봤는데 뒤늦게 어슬렁 거리며 산행한 사람은 결정적인
풍경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역시 명당자리에 관한 이야기지만 '1. 좌석'에 한 가지 더해야 하는 게 운이다. 기껏 명당자리로 좌석을
배정받았는데 막상 비행기 탑승해서 앉아보니 창이 오물로 얼룩졌거나 스크래치가 심해 엉망이라면 이건 정말
운대가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창에 역광까지 받으면 사진은 포기해야할 판이다.
그때 그냥 포기하지 말고 앞 뒤의 깨끗한 창가에 앉은 사람에게 좌석을 바꾸기를 요청해보고 거부하면
두들겨 패서라도 바꾸는 게..... 좋을 리가 없다. 비행기 내에서 그러다가는 수갑을 차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냥 앉아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그래도 정 아쉬우면 한 번 시도는 해보기 바란다. 난 몇 번 시도해서 양해를 받은 적도 있다.


7. 야간비행시의 항공촬영
밤이라고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는 왕성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다. 암 그렇고 말고~
하늘에서 보는 초승달도 찍고 복순이 얼굴 같은 보름 달도 찍는다.
어디 그뿐이랴. 이륙하는 순간에도 또 착륙하는 순간에도 지상의 야경을 찍을 수가 있다.
이때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건 천기누설인데....)
야간이니까 비행기 안의 실내등이 켜졌을 것이고 등불이 창에 비치면 야경을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망치를
들고 실내등을 모두 깨버리면 간단하지만 그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으니 좀 참는 게 좋겠다.
그렴 어떻게 하라고, 전선을 모두 잘라버리라고...?
그러지 말고, 윗옷을 하나 벗거나 신문지 등으로 실내등불빛이 닿는 부분만 가려주면 간단하다.

여하튼 '언제 어디서나' 사진은 찍을 수가 있다는 거다.
나 죽어서 지옥에 가면 맨 먼저 염라대왕의 증명사진부터 찍으려고 한다. 그래서 염라대왕 전용 컴퓨터와 인터넷망을
이용해서 여기에 사진을 올리려고 한다.


2010년 4월 28일